경제경영보고서

자본주의의 기본은 시장 경제이다. 시장은 파는 사람, 사는 사람이 만나 거래를 하는 곳이다. 파는 사람이 많아지면 상품의 가격이 떨어지고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 상품의 가격이 올라간다. 좋은 거래를 하려면 싼 가격에 사서 비싼 가격에 팔면 된다.

 

아주 간단하다. 그러나 이 간단한 걸 행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는 늘 복잡함을 감수하고 기다림을 인내하며 바이코리아를, 디스커버리를, 자문형 랩을 산다. 2013년 말, 빠지기만 하던 한미약품이 유상증자까지 한다고 죽어라 욕을 퍼붓던 사람들이 2015년 80만원이 넘어가자 지금이라도 다시 사야 하는 게 아닌지 몹시 고민스러워하기 시작한다. 물론 30만원까지 하락하니 다시 비싸보이는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2013년 말, 한미약품이 유증 기준가는 94,600원이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어쩌면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사는 것을 팔고 모두가 파는 것을 사는 일은 외로운 일이다. 상승이든, 하락이든 과한 흐름으로 이어질 때면 그 상승폭과 하락폭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 

 

<작년 6월부터의 삼성전자/하이닉스의 월간 상승률> 

 

위의 표를 보면 작년 6월부터 두 종목의 주가는 꾸준히 올랐지만 상승 초기에 크게 오른 후, 비교적 조용히, 꾸준히 오르는 양상을 보이다가 1월에 급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인즉슨 초기에 주가가 팡~ 하고 튀어오르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다가 1월 들어 이 가격을 무릅쓰고 다시 샀다는 것이다.

 

<최근 8개월 월간 개인 삼성전자 순매수 추이 (단위:주수)>

 

최근 8개월간 월간으로 개인이 삼성전자를 순매수한 달은 작년 9월과 올해 1월 뿐이다. 작년 9월의 삼성전자 상승률은 -1.36%로 조정세였지만 올해 1월의 삼성전자 상승률은 +9.49%, 180만 2천원에서 197만 3천원까지 17만 3천원이나 올랐다. 이쯤되면 참고 참고 또 참는 사람을 사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겠다. 가격을 올리면 된다. 가격을 올리면 참고 참고 또 참던 사람도 안 사고 못 버틴다.

 

오르는 가격을 보며 참지 못하고 따라잡았다는 말은 매수자 우위 시장에 진입하여 웃돈을 주고 샀다는 말과 다름없다. 우리는 대부분 이런 거래를 한다.

 

가격이 빠지기 시작하면 정확히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5%, -10%에서도 아몰랑을 부르짖던 투자자들이 -20%가 넘어가면 보유 자산을 팔아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한다. 참고 참고 또 참는 사람을 팔게 하는 방법은 가격을 빼는 것이다. 가격이 무너지면 참고 참고 또 참던 사람도 공포에 질려 팔게 된다.

 

빠지는 가격을 보며 참지 못하고 던졌다는 말은 매도자 우위 시장에 진입하여 투매에 가담했다는 말과 다름없다. 우리는 대부분 이런 거래를 한다.

 

투자에 성공하는 사람보다 투자에 실패하는 사람이 월등히 많으니 우리 대부분이 하는 거래는 잘못된 거래일게다. 성공적 투자를 하고 싶으면 대부분이 하는 거래를 뒤집으면 된다. 아주 간단하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다. 쉬웠다면 아마 우리 대부분은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부자가 아니다. 그건 아마도 싸게 사고 비싸게 파는 일은 아주 어렵기 때문일거다.

 

주가가 싸다, 비싸다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투자 대가들이 이용한 기준이라고 모든 기업에 정확하게 통용되는 것도 아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PER이 맞기도 하고 PBR이 맞기도 하고 EV/EBITDA가 맞기도 하고 PCR이 맞기도 하고 이들의 다양한 합성이 맞기도 한다. 그 기준을 무엇으로 정하고 가치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아마 워렌버핏이라 한들 그런 자격을 갖고 있을까?

 

다만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 투자의 본질이라면 살 때도 팔 때도 나는 외로워야 한다. 외롭지 않고 주위에 많은 이들과 함께라면, 거래를 하기에 앞서 자꾸 뭔가 불안하고 조급해진다면 잠시 멈추고 심호흡을 할 필요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좋은 투자이다. 시장은 넓고 종목은 많다. 남에게서 위안을 받으려 하지 말고 나 자신의 소리를 들어라.

 

축구는 일반인 11명이 힘을 합하면 메시가 온다해도 이길 수 있지만 바둑은 일반인 100명이 힘을 합한다고 이세돌한테 이길 리 만무하다. 투자는 집단지성으로 어찌해볼 수 있는 게 아니다. 

 

투자는 외로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