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보고서

이혼율이 높은 이유는? 1월 ECB 회의를 기다리며...

 

지구상에서 가장 큰 나라는 어디일까?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세계에 대한 영향력으로 평가한다고 하면 단연 미국이 원톱, 중국이 투톱일 것이다. 두 나라는 경제력, 인구, 면적, 군사력 등 모든 면에서 상위에 랭커되어 있다. 러시아는 면적과 군사력 등에 비해 경제력이 미달이고 독일과 일본은 경제대국이지만 면적, 인구 등이 그들만 못 하다.

 

옛날에 이승만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을 했는데 실제로 뭉친 5명의 힘은 제각각인 5명의 힘보다 훨씬 세다. 똘똘 뭉친 5명은 (각 1점*5)+뭉쳐진 힘을 내지만 제각각인 5명은 아무리 좋은 점수를 줘도 5점이다. 냉전시대에 소련은 미국과 비견되는 힘을 갖고 있던 나라였다. 당시 소련과 지금의 러시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면적과 인구에 큰 차이가 없을지 모르지만 당시 소비에트연방은 무려 15개국이 연합된 연방국이었으니 지금의 러시아와는 15개국의 뭉친 힘만큼의 차이가 있는 게 아닐까?

 

미국은 50개의 주와 1개의 특별구로 이루어져 있다. 정식 국명도 미합중국(United States og America)이다. 주라고 우리나라의 도를 떠올리면 큰 일이다. 텍사스는 면적이 한국의 7배, 인구가 1800만명, 캘리포니아도 한국의 4배가 넘는 면적에 4천만에 육박하는 인구를 갖고 있다. 애초에 state라는 단어의 뜻이 나라이다. 중국은 23개의 성과 5개의 자치구, 4개의 직할시로 이루어져 있다. 면적이 가장 작은 성 중 하나인 장쑤성(강소성)도 남한보다는 조금 큰 면적을 갖고 있다. 인구 얘기는 구태여 하지 말자. 정준하한테 빨리 먹는다고 자랑하는 거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지금 연방 내지는 연합의 형태로 단일국가를 이루고 있는 나라들이 예전에도 항상 그래왔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인 삼국지 시절만 해도 현재 중국 크기의 땅에는 줄잡아 20개에 가까운 독립국가가 있었다. 위, 촉, 오 세 나라가 차지했던 땅은 지금의 중국의 반도 안 된다. 독일과 이탈리아도 통일을 이룬지 얼마 되지 않은 나라들이다. 통일을 이루게 되면 뭉쳐진 힘이 생기게 되고 힘이 생기면 다른 국가에게서 이익을 취할 영향력도 생긴다. 일본이 통일을 이뤄내고 신이 나 쳐들어 왔던 게 임진왜란이다.

 

마찬가지로 원래 한 나라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나라들도 있다. 당장 남북한이 그렇고 앞에서 말한 소비에트연방도 그렇다. 최근 수단도 내전으로 남수단과 갈라졌고 남유럽 발칸반도는 끝없는 세포분열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헤어지면 그리움에 사무치지만 만나면 권태감에 사무친다.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뭉쳐서 세진 나라가 분열로 패망하기도 하고 분열로 패망했던 나라들이 힘을 합쳐 다시 센 나라가 되기도 한다.

 

중세 시대를 보면 유럽은 별로 세지 않았던 것 같다. 십자군 전쟁을 일으켰지만 중동에게 죽어라 지기만 했고 14세기에는 원나라에 밀려 유럽 전체가 쪼그라들었다. 15세기 이후 유럽을 제패했던 것도 무려 800년간 이슬람교도들의 지배 아래에 있던 스페인이었다. 유럽이 세계를 제패한 것은 이후의 일로 식민지 시대와 산업혁명을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지만 세계 2차대전을 지나며 미국에게 패권국의 지위를 넘겨주게 되었다. 유럽이 세계의 전부였던 시절에는 지들끼리 싸웠지만 환장된 세계를 기반으로 한 미국, 소련에게 각자들 부딪히기는 힘이 많이 부쳤던 것이다.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의 눈치를 보며 자존심이 많이 상했는지, 이대로 나뉘어서 대국들에 대항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유럽통합을 목표로 EEC(유럽경제공동체)를 만들게 되고 이게 EC를 거쳐 현재의 EU로 발전하게 된다.

 

EC는 경제공동체인데 EU는 유럽연합이다. 그러면 EU의 출범으로 실제 유럽은 연방국이 된 것인가? 바로 여기에 EU의 비극이 있다. 최근 전직 UN 사무총장님이 매우 핫하신데 UN 가입국이 193개국이니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지도자는 UN 사무총장일까? 그렇지 않다. UN은 United Nations이지만 단어의 뜻만 보면 United States와 같지만 UN 사무총장이 Nations에 대해서, US 연합정부가 Staes에 대해서 갖는 만큼의 권한과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EU는 어떨까? EU는 UN에 가까울까, US에 가까울까?

 

EU는 자체적 통화인 유로와 중앙은행인 ECB를 갖고 있으니 UN보다 회원국들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이 세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각국 정부의 합의체일 뿐, 절대적 권한을 갖지 못한다는 데에서 UN과 비슷한 점이 있다. US의 연방정부가 각 주정부의 합의체인가? US의 각 주들은 한 국가처럼 폭넓은 권한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연방정부가 그들의 합의체인 것은 아니다. 연방 대통령과 의회는 모든 유권자들의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되며 당연히 연방 전체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다.

 

원래 배부르고 등따시면 마음도 여유롭고 곳간에서 인심도 후한 법이다. 본인이 유럽에 있던 시절, 1유로는 1900원을 넘나들었다. 모두가 하나된 유럽을 찬양했고 이대로 유럽은 로마제국이 되어 부활하는 듯 했다. 그러나 먹을 게 없어지면 생존경쟁이 시작된다. 배가 고프면 예민해지고 마음에 여유도 사라진다. 역내 제조업이 주업인 독일과 역내 관광업이 주업인 이태리, 스페인, 그리스는 애초에 이해관계가 다르다. 독일은 유로존 내에 아무리 수출을 해도 통합통화로 역내 환율에 변화가 없으니 유로존 내 제조업을 독식한다. 거꾸로 이태리, 스페인, 그리스는 아무리 불황이 거듭되도 통합통화로 역내 환율에 변화가 없으니 관광객, 휴양객이 늘어나지를 않는다. 거기에 자국 제조업은 세계 1위 독일 제조업과의 무한 경쟁으로 모두 말살되었으니 금융위기가 오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유로존 출범과 함께 마구 찍어도 되는 유로 덕에 자산 가격이 끝없이 오르던 시절에는 그 맛에 취해 하나된 유럽을 찬양했지만 마약은 원래 중독될수록 더 센 마약과 죽음 밖에는 남지 않아서 마약이다.

 

사랑 하나로 일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긴 병에 효자없고 밥 굶는 데 장사없다. 헬리콥터 벤을 본 유럽이 유로를 무제한 뿌렸더니 스페인, 이태리 등 개고생 국가들은 이제 좀 살아나나 싶은데 (아직도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독일은 경기가 좋은데 금리가 마이너스이니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 물가가 올라가면 살림살이가 예전같지 않다. 여기에서 금리를 올리자니 스페인, 이태리에 겨우 생긴 불씨가 꺼질까 무섭고 그렇다고 금리를 놔두자니 독일이 죽겠다고 난리이다. EU가 US라면 각 정당의 공약에 따라 대표가 선출되고 그 힘을 바탕으로 자기의 공약을 실천하면 되겠지만 EU은 합의체인 관계로 이득이 없으면 나가면 그만이라는 것을 브렉시트가 보여주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지금 보면 부당한 일 투성이였지만 그렇다고 옛날에 지금만큼 이혼율이 높았던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면 그 안에서 다른 방도를 찾게 된다.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도 그 시절에는 지혜였다. 그러나 인식이 바뀌면 결과도 달라진다. 강제성이 없는데 원수같은 얼굴 더 보고 살 필요가 이젠 없다. 배 곯으면 예민해지고 예민해지면 갈라서는 거다.

 

중국의 자치구, 미국의 캘리포니아 독립에 비하면 EU에서 탈퇴하는 건 일도 아니다. 원래도 그랬지만 다들 설마... 설마... 하다가 영국이 한 번 보여주니 진짜 별 거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과연 독일이 자국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유로를 지켜낼 수 있을까? 그럴 수록 자국 내 여론은 나빠질 것이고 갈등은 심화될 것이다. 

 

오늘 19일 저녁에 ECB가 올해 첫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지난 12월에 채권 매입 기한을 9개월 연장하자 인플레이션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독일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출구전략이 구체화되면 안 그래도 자국 내 여론이 최악인 스페인, 이태리는 자꾸 이혼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이번주 트럼프의 취임보다 우리나라 시장에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이슈가 ECB 1월 회의이다.

 

그들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화합일까, 이혼일까. 이혼에 가만히 500원을 놓아본다.

 

 

by 만물학사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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