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보고서

어제 한국자산신탁에 다녀왔습니다. 아무래도 부동산신탁 자체가 익숙한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미팅이 길어졌습니다. 기초적인 개념에 대해 이해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던 거죠. 긴 시간 끝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한국자산신탁 IR 담당자께 감사인사드립니다.

 

건설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 자금 조달인데 대부분의 국내 건설사업, 특히 아파트 건설을 보면 자금 조달은 시공사가 지급 보증 등으로 신용을 보강하고 금융권 대출을 받아서 해결합니다. 그것도 생각해보면 참 웃깁니다.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만 갖고 분양을 받고 분양받은 걸로 금융권의 대출도 받아 공사를 진행하니 말입니다. 개인들은 일반 분양을 받아도 중도금 대출이 제한되고 담보를 갖고 대출을 받아도  원금부터 갚아야 하니 말입니다. 더 웃긴 것은 개인들도 별다른 담보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게 있습니다. 그게 바로 전세대출인데 정부 당국은 서민을 위해 가계부채를 관리한다면서 집 구매는 막고 전세는 장려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다 같이 전세 갭 투자에 몰두하면 되려나요? (휴... 잠깐 말이 옆으로 샜습니다;;;;;)

 

암튼 건설사가 이런 식으로 아파트 사업을 하다가 2000년대 말 금융위기가 오니까 미분양이 급증합니다. 실제로 되도 않을 동네에 엄청 공격적으로 아파트를 짓기도 했었고요. 여기저기에서 사업이 망가지니 많은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됩니다.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100대 건설사 중 줄잡아 30개 정도가 망했습니다. 상위 사업자 중 30%가 망한 산업이 또 있나요? (이 문장은 제가 아닌 IR 담당자님의 표현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많은 건설사들이 위기를 겪고 나니 이제 더 이상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아무데나 아파트 공사를 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하더라도 시공만 하고 자금조달에는 관여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부동산신탁 중에 차입형신탁이라는 게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자금조달부터 분양까지 부동산신탁사가 다 하는 시스템이죠. 건설사는 시공만 하면 되니 좋고 부동산신탁사는 높은 수수료(2~3%)를 받을 수 있으니 좋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하이 리스크니까 하이 리턴 아니냐, 부동산신탁사가 건설사가 하던 일을 하게 되서 돈을 더 번다는 얘기는 건설사처럼 한 방에 갈 수도 있다는 얘기 아니냐?고 질문할 수도 있겠습니다. 뭐... 그 말도 맞습니다. 그러나 백프로 맞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부동산신탁사의 차입형토지신탁은 시행 업무까지 겸임하고 자체로 금융사라 자금 조달도 훨씬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암튼 이런 환경의 변화 때문에 차입형 토지신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고 부동산신탁사들의 실적이 좋아졌습니다. 현재 부동산신탁사들이 진행 중인 현장을 대충 전체의 10% 정도로 추산하면 아직은 (부동산신탁사에게 의뢰가 들어오는 건 중) 좋은 건만 골라서 사업을 진행해도 지금보다 더 성장할 여지가 많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신탁사들 중에 이런 환경 안에서 더 성장할 기업은 (1)좋은 물건을 골라내는 눈이 있는지? (2)좋은 물건을 취급하는 시행사들과의 인적 커넥션이 좋은지? (3)자본금은 충분한지? (4)자금 조달에 강점이 있는지? (5)늘어나는 업무를 수행할 기반이 갖춰져 있는지? 정도를 평가하면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먼저 (1)번과 (2)번은 한국자산신탁의 대주주와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자산신탁의 대주주는 엠디엠 38%, 문주현 회장 15%입니다. 엠디엠은 문주현 회장이 100%를 보유한 기업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부동산 시행사이고 문주현 회장은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입니다. (1)번과 (2)번에 대해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좋은 물건을 골라내면 사업의 성공 확률이 높아지고 사업을 성공시키면 돈이 됩니다. 돈을 벌면 기업의 자본이 늘어나고 자본이 늘어나면 더 많은 사업을 맡을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선순환을 바탕으로 한국자산신탁의 자기자본은 2011년 1120억, 2012년 1256억, 2013년 1401억, 2014년 1806억, 2015년 2337억, 2016년 3분기 3940억까지 늘어났고 2016년 말 기준 4천억 돌파가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자산신탁은 자회사로 한국자산캐피탈과 한국자산에셋운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캐피탈을 통해 여신을 제공하고 제공받을 수도 있고 에셋운용을 통해 사모펀드를 만들어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습니다. (3)번, (4)번에 모두 강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5)번을 보면 부동산신탁사는 제조업이 아니라 금융업+부동산개발업(?)이라 어떤 장치가 필요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우수한 인력이 중요한 사업입니다. 2016년 9월 30일 기준, 분기보고서를 보면 신탁/리츠 부문 인력 103명, 경영지원 인력 30명으로 나와있데 최근 몇 년간 35명 정도 인원을 늘렸다고 하고 평균 근속연수가 5.29년이니 직원의 이직이 많지 않다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부동산신탁사의 영업 인력들은 이직이 잦은 편이거든요. 이 정도 연수면 매우 양호합니다.

 

아파트 시장은 3년을 주기로 공급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데 지난 3년은 공급이 늘어나는 시기였습니다. 앞으로 3년 동안 줄어들지 어떨지는 몰라도 올해 부동산 경기가 작년보다 좋지 않을 거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죠. 전체 파이가 축소되는 영향이 클지, 위축된 상황이라 차입형 토지신탁의 포션이 더 늘어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저는 후자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일본 부동산시장을 보면 부동산기업이 전체적인 부동산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건설사는 철저하게 시공만 담당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건설업이 고비를 맞으면 결국 문제는 펀딩에서 생기게 되기 때문에 일본은 많은 돈을 벌어들였던 대기업, 그룹사들이 그 돈으로 부동산 개발회사를 만들어 부동산개발을 주도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좀 다릅니다. 당장 삼성전자, 현대차가 그들이 벌어들인 순이익으로 부동산 개발업에 진출한다고 하면 반대 여론이 엄청날 것입니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꿈꾸기에 쉬운 영역은 아닙니다. 국민적 비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죠.

 

일본의 부동산 전문 기업들이 하는 일을 대신하려면 자본+부동산전문성을 갖춰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부동산신탁사가 좋은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견입니다.) 또 2015년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부동산신탁사의 재개발, 재건축 사업 단독 시행이 가능해졌는데 이렇게 부동산신탁사에 여러 규제를 풀어주는 것은 정부 당국 역시 부동산신탁사를 한국형 부동산 전문회사의 좋은 대안으로 키우고 있다는 방증은 아닐까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런 규제가 풀리고 나서 한국자산신탁이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 방배7구역 재건축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었고 여의도 수정아파트 재건축에도 단독 입찰했다는 것은 이미 언론을 통해 공표된 사실입니다.

 

지금 매수를 해야 하느냐는 각자의 판단입니다. 하지만 건설업이 위축된다고 모든 관련 업체들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업의 변화가 오면 변화에 최적화되어있는 기업은 성장하게 되죠. 기업 환경은 정글과 다를 바가 없으니 적자생존이란 말은 여기에도 유효한 말이겠죠.

 

금일은 이만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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